지금 탐험대학에선

지난 8월 15일,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에선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섯 종의 신종 공룡 보고회가 열렸죠!
한 달 전, 미분류된 공룡 뼈 화석을 받아든 대원들은 뼈의 명칭을 알아보고 복원을 해본 후 분기도식 분류법으로 분류군까지 알아보았는데요, 지난 토요일이 바로 그동안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지요.

긴장감과 설렘이 섞여 한층 더 집중력이 높았던 보고회 현장!
신종 공룡 보고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사람?! 모두 팔로팔로미~~

 

 

신종 공룡, 세상에 발표되다!

 

제가 오늘 보고드릴 공룡의 학명은 고질라사우루스입니다타르보사우루스와 유사한 수각류 공룡이었을 것이며강가 주변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령각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회의 첫 발표를 해주었어요. 이번 보고회는 지금까지 복원하고 분석한 뼈 화석의 주인을 신종 공룡이라고 가정하고 열린 자리였답니다.

신종 공룡을 보고할 때에는 공룡의 새로운 학명과 함께 공룡의 크기와 형태, 식성, 뼈 화석이 발견된 장소와 추정되는 생존 시기를 설명해야 해요. 뼈 화석에 담긴 사실들을 바탕으로 분류군과 공룡이 그 당시에 어떻게 살았을지를 추정한 결론을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연구한 과정을 담아 소개해야 하죠. 신종 공룡에 대해 알게 된 점과 내 생각을 주장하는 일은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공룡을 소개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탐험대원들은 긴장됐지만, 씩씩하게 발표를 이어나갔습니다.

 

준비한 ppt 자료와 함께 신종 공룡을 발표하고 있는 이령각(왼쪽), 정동건(오른쪽) 대원

 

물론 뼈 하나로 공룡의 전체 모습을 추측하거나, 근연종*과의 차이점을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원들의 상상력으로 채운 내용도 있었어요.
 *근연종: 분류학적으로 관계가 가까운 종을 말합니다.

박진영 멘토님: 몽골에서 발견됐다고 했는데, 근연 관계인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도 몽골에서 발굴된 적이 있었나요?
김재영 대원: 아뇨, 아직까진 없었어요.ㅎㅎ
박진영 멘토님: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보고네요보도자료를 내야겠어요! ^_^
 
김수환 연구원님: 꼬리 부분의 뼈는 찾지 못했는데 다른 근연종에 비해 길이가 짧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나요?
윤정원 대원: 신종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그냥 어떤 부분이 다르면 좋을지를 상상했습니다.ㅎㅎ

 

서은효 대원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김재영 대원(왼쪽) / 근연종과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윤정원 대원(오른쪽)

뼈 화석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서은효 대원(왼쪽) / 신종 공룡의 상상도를 주변 환경과 함께 표현한 박성재 대원(오른쪽)

 

지금은 멸종된 고생물이 과거엔 어떻게 살았을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해요. 멘토님께서는 앞으로 공룡 탐험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을 핵심적인 개념을 추가적으로 알려주시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주시기도 했어요.

"계통분류학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동물인데 비슷한 모습을 띄게 진화되는 현상을 '수렴진화'라고 합니다. 두 생물종은 성재학생이 말한 것처럼 같은 생태적 지위*를 공유하겠죠."

 *생태적 지위(Niche): 한 생물 종이 살고 있는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특정한 장소나 눈에 보이는 위치가 아니라, 생물 종의 먹이, 행동 반경, 서식 환경에 따라 생태적으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용어입니다. 비슷한 서식 환경과 생활 양식을 가진 두 개체군이 있다면 생태적 지위가 똑같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보고회에는 어류 고생물을 연구하시는 김수환 연구원님과 뿔공룡을 연구하시는 손민영 연구원님도 함께 해주셨어요. 두 연구원님의 질문과 피드백 덕분에 신종 공룡 보고회는 실제 랩미팅처럼 진행될 수 있었답니다!
발표를 마친 후엔 공룡 탐험보다 더 넓은 고생물학 연구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함께 해주신 연구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_^

 

랩미팅을 방불케하는 보고회 현장

"과거에 살았던 물고기를 연구하는 일은 처음 들어봤어요. 공룡 연구와 어떻게 다른가요?" 연구원께 질문하는 정동건 대원

 

연구실의 화석 창고 대오픈!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의 문. 신종으로 보고했던 코레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의 복원도가 대원들을 반겨주었다.

 

긴장됐던 신종 공룡 보고회를 마치니 대원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어요. ^^
멘토님께선 수고한 대원들을 위해 연구실 투어를 시켜주셨죠. 특히 연구실 한 켠에는 초록색의 철제 서랍장이 있었는데, 연구실로 기증된 화석이나 이융남 교수님과 연구원께서 직접 발굴하신 여러 가지 화석들로 모든 칸이 가득차 있었죠.

 

화석으로 가득찬 연구실의 서랍장. 박진영, 이성진 멘토님께서는 모든 칸을 하나하나 열어서 보여주셨다.

 

박진영 멘토님은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토끼 사체도 뼈만 깨끗하게 처리해 보관하고 계셨어요. 고생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선 현생 동물들의 해부학적 구조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셨죠.

 

"화석을 공부하려면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들의 뼈도 많이 공부해야 해요. 현장에서 포유류인지, 파충류인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죠. 다른 생물들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눈여겨 보면 복원된 공룡 뼈들의 조합을 보고 움직임이 어땠을지, 어떤 먹이 활동을 했을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요."

 

돌덩어리에서 화석을 분리해내다.

연구실 투어를 마친 후 멘토님께서는 실험동과 구름다리로 연결된 다른 건물의 지하 연구실로 데려가주셨어요. 그 곳은 바로 화석 처리실!

노랗고 파란 플라스틱 박스마다 각각 화석 뼈가 들어 있었어요. 연구실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돌 속에 파묻힌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실제 모습은 어떤 형태일지 정확히 알기 힘들었죠.
이렇게 현장에서 발굴해온 화석들은 연구실로 조심스럽게 가져와서 바람과 물이 나오는 전동드릴을 이용해 화석과 광물을 분리해야 한다고 해요.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뼈 화석들. 현장에서 판단한 내용을 간단히 레이블해서 보관하고 있다.

멘토님이 보여주시는 뼈 화석을 관찰하고 있는 공룡 팀의 모습

실제로 보는 생생한 공룡 뼈 화석의 모습을 열심히 담고 있는 공룡팀.

 

뼈 부분과 돌 부분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색이 있는 광물이 섞여 있다면 색 차이로 우선 구분하고, 둘 다 비슷한 회백색을 띈다면 질감으로 구분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해요. 전동드릴로 돌 부분을 분리해내면 돌조각과 분진이 엄청나게 날리기 때문에 보호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커다란 흡입기 옆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멘토님께서는 대원들에게 직접 뼈 화석을 처리해보는 기회를 주셨어요. 뼈 화석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오랜 작업을 할 수 있게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암석을 떼어내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어요. 커다란 조각을 떼어내서 신이 난 이령각 대원은 오늘은 기념하기 위해 자신이 떼어낸 돌조각을 가져갔답니다~ ^^

 

 

실제 공룡 뼈 화석을 밝히는 것부터 신종 공룡 보고회, 그리고 화석 처리까지!
공룡팀은 지금까지 책이나 영상, 게임으로만 만났던 공룡들을 직접 만져도 보고, 새롭게 이름까지 붙여주었어요.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였던 대원들도 공룡을 사랑하는 만큼 복원 작업과 발표하는 과정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진지하게 임했답니다.

공룡을 넘어 고생물학 연구 현장까지 맛 본 대원들!
앞으로 어떤 탐험을 하게 될 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연구원께서 3D 프린팅한 사이카니아(Saichania)의 머리 부분을 들고 공룡팀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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