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노트

올해 탐험대학 2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6개월 동안 한 번도 탐험대학 전 대원, 약 50명을 만나보지 못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눠봤던 것 같습니다. 탐험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제주도탐험, 분야별 집중 탐험, 스스로 탐험, 융합특강 등 많은 활동들을 하며 웃으며 즐거웠고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스스로 탐험이었습니다. 그럼 왜 기억에 남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귀뚜라미에 대해서 스스로 탐험을 해보고 싶어서 귀뚜라미에 대한 많은 주제 중 암수 소리 분석과 온도별 높낮이 변화 분석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채집을 했는데, 사육하는 과정에서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었지만, 이상하게 귀뚜라미들이 모두 연약해서 이틀 사이에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팀으로도 모여서 귀뚜라미 채집을 시도하였지만, 그때는 날씨가 추워서 귀뚜라미가 거의 없었습니다. 개인채집도 하러 갔지만 날씨는 더 추워졌고,  귀뚜라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팀에서는 각자 개인 탐험으로 하기로 되었고, 저는 날씨가 추워져서 주제를 곤충으로는 하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몇 날 며칠 동안 헤매고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파는 사료용 쌍별귀뚜라미는 외래종이고, 왕귀뚜라미는 토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토종인 왕귀뚜라미한테 더 호감(?)이 갔었습니다. 또 귀가 터질듯한 쌍별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다가 왕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니 비교되어 더 소리가 예쁘고 맑다고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쌍별귀뚜라미 대신 왕귀뚜라미와 탐험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1월 초 즈음에 힘든 과정을 거쳐서 연구소에서 왕귀뚜라미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제는 '왕귀뚜라미의 온도에 따른 소리속도 변화'로 정하고 수컷 50마리와 혹시 몰라서 암컷 10마리를 고이 모셔와서 사육했습니다. 친구들이 왕귀뚜라미를 사육하는지 알게 되었을 때 "방생해라, 에어프라이어기에 구워 먹어라, 자기가 지금 세스코를 불러주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듣고 웃으며 꿋꿋이 사육했습니다.

먹이는 귀뚜라미에게 필요한 영양소인 무(비타민), 밀기울(탄수화물), 멸치 가루(단백질)을 주고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준 다음 녹음을 했습니다. 탐험대학 1기에 팥중이를 25, 30도, 35도, 40도 4가지 온도로 했기에 귀뚜라미도 위의 4가지 온도로 하려 했는데 40도로 녹음하면 야행성인 왕귀뚜라미에게 너무 혹독할까 봐 25도, 30도, 35도로 녹음하게 되었습니다.

학원 갔다 온 후 숙제만 하고 뻗어서 자고 싶었지만 밥배 디저트배 따로 있듯이 공부체력 탐험체력 따로 있다고 열심히 믿었습니다. 방을 히터로 온도를 만든 다음 왕귀뚜라미가 울 때까지 숙제하면서 기다리다가 울면 그때 녹음을 했습니다. 겨울인데 방이 25도, 30도, 35도였습니다. 먹이로 준 무는 방 온도 때문에 무말랭이가 되고 저는 진짜 녹초가 된 찜닭을 몸소 체험해 보았습니다.

페스티벌은 다가오고 분석도 해야 해서 마음은 조급해졌습니다. 하지만 왕귀뚜라미는 더듬이에 있는 소리 신경이 발달하여서 녹음하러 가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챘습니다. 녹음기를 딱 키면 울음을 멈추고 다시 녹음기를 끄고 숙제하러 책상에 앉으면 다시 웁니다. 제우스와 아프로디테 님께는 아니어도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성모마리아님한테 까지는 울어달라고 빌었는데요,, 왕귀뚜라미는 매정하게 눈치가 빨라서 울음을 계속 멈췄습니다. 
그래서 녹음을 정말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분석값을 내게 되었습니다. 분석하는데 왕귀뚜라미는 개체마다 소리길이, 데시벨(Db)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왕귀뚜라미가 5번 우는 시간 ÷ 5 를 해서 왕귀뚜라미가 1번 우는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우는 시간이 길든 짧든 결괏값은 나오지만, 장음과 단음의 계산 값 차이가 크게 나게 되어서 장음과 단음을 구분해서 그래프를 그려줬습니다.

이렇게 왕귀뚜라미는 개체마다 소리길이, 소리속도 데시벨이 다 다르지만 각 개체로 본다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소리속도가 빨라진다는 결론을 얻고 제 탐험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실험 결괏값이 너무 적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단위로 채집을 해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더 많은 종으로 녹음을 해서 여러 가지 분석값을 내고 싶습니다.

탐험대학 1기에는 도전, 실패, 성공을 배우게 되었다면 탐험대학 2기에서는 탐험주제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을 하고 더 집중하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집중하고 몰입하는 탐험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생각하는 몰입은 특정 분야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을 때에는 오직 그 생각만 나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탐험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나 원동력은 탐험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면 실패든 성공이든 끝을 내야 된다고 생각해서 탐험을 이어 나갈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다가 포기하면 해놓은게 너무 아까워서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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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험대학 2021.02.18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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