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앙코르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앙코르 복원 작업장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 그래도 세운스퀘어를 돌며 많은 시계들을 보기는 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시계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어서, 여유가 생길 때마다 서랍 속에서 하나씩 꺼내서 고치는 의뢰인이 계셨어요.

고장난 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볼 때, 돌아가신 아버님이 말을 건네는 것 같다고 하셨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낡은 남자용 시계를 손목 사이즈에 맞게 고쳐서 직접 차는 여성 분께  '어떤 분의 시계세요?" 라고 여쭤보면, 소중한 분이 주신 시계라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차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시계를 소장하시는 분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은 시계들에 눈길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시계골목이라는 '생산' 현장에서, 그런 시계들이 더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원활하게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앙꼬르(encore)의 어원은 힝카도람(hinc ad horam)이라는 라틴어입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from then to this hour)’라는 뜻의 hinc, ‘까지’라는 뜻의 ad, ‘시간’이라는 뜻의 hora를 붙여 만든 말이지요.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아직까지(yet), 지금도 여전히(still), 다시(again) 라는, 특정한 상황과 결부된 주관적 시간 개념을 통칭해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앵콜'할 때 쓰는, 그 앵콜이기도 하지요.

모두가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시간과 경험을 환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에 앙코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국에서 복원 될 시계를 구입할 외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부르기 쉬운 이름을 붙여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

박물관은 저희 앙코르가 운영하는 세운상가 작업장의 컨셉입니다. :)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연구하고, 복원하고, 수장고에 보관하는 박물관처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물건들을 유산처럼 다루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박물관이 공공에서 하는 역할을 조금 더 보편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서비스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시계의 구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9_QsCLYs2mY&t=100s

시계 무브먼트를 직접 보고 싶으시면, 세운상가 앙코르 작업장으로 놀러오세요 :)

저는 시계를 직접 만들거나 수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된 세이코 벽시계를 분해 조립하거나, ETA-6497이라는 단순한 구조의 손목시계 무브먼트를 오버홀 하면서 시계를 배운 적은 있답니다. :) 

처음에는, 사업이라기보다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치를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아직도 꿈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툴지만 조금씩,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주신 박준후 탐험가님은, 가슴뛰는 일에 도전해본 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

저는 제가 처음으로 저만의 게임을 개발했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시계 기술이라는 특정한 분야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답니다. 노동집약도가 높고 숙련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일정지역에 집적하는 특성이 있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법안이지요. 한국 시계 브랜드로는 옛날 오리엔트 벽시계-탁상시계를 만들던 유진정밀이라는 시계 회사가 있고요, 개성공단에 시계 공장을 조성하기도 했던 로만손 시계가 있습니다. 

멘토님 덕분에 한국 시계 브랜드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로만손 시계가 지금의 제이에스티나가 된 것도 신기하네요.

한국보다 해외에서 로만손 시계가 인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대단하면서도 미묘하게 아쉬운 기분이 드네요.

저희는 바늘이 있는 손목 시계를 '아날로그 시계'라고 합니다. 스마트워치는 웨어러블 디지털 디바이스, 즉 착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아주 구체적이고 특정한 기능을 지닌 '시계'의 범주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시계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요 ^^ ♡-♡ 탐험가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5년 뒤, 10년 뒤, 100년 뒤에도 사람들이 시계를 차고 다닐까요? 저는 사람들이 미래에 시계를 차고, 안 차고보다, 앙코르가 복원하고 판매하는 시계의 가치가 미래의 시점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될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

시계의 역사가 궁금하시면, 한국어로도 번역 된 '시계와 문명'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13세기 후반, 최초의 '기계' 시계가 탄생한 이래로, 숙련된 장인들이 만들어낸 시계가 어떻게 유럽의 역사를 바꾸고 과학의 진보를 이루었는지를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계를 고치는 기술에도 관심이 있지만, 사실은 오래된 물건과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낡고 오래된 것들이 지닌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일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일상이 조금 더 많은 기쁨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첫 손님은, 회사 고문을 맡아주시는 은사님의 손목시계였어요. 레이몬드 웨일이라는 스위스 브랜드의 드레스워치, 금으로 도금된 손목시계였는데요. 수리를 의뢰하신 다음 함께 식사를 하시면서, 그 시계를 제게 주셨습니다. 시계 줄을 두 번 바꿀만큼, 지금도 제가 가장 많이 차고 다니는 시계입니다. 

광주에 있는 5.18 민주묘지 박물관에 갔었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이 손목에 차고 있던 오리엔트 손목시계를 보았어요. 5월 27일에 멈춰져있었지요. 이 시계를 복원한다는 것의 의미는, 새것처럼 반짝반짝 윤을 내고, 바늘이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태 그대로 오래도록 보존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지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누군가의 영혼이 담겨있는 물건이닌까요. 저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담긴 시계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오고, 궁금한 것 같습니다.

시계를 사랑하는 마음이겠지요.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계를 고쳐야 한다는 필요도 발견할 것이고, 시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돌보는 문화가 시계를 고치고 만드는 문화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시계만의 이야기는 아닐거에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이 각자만의 이야기,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아주 작은 사물이라도 귀하고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요? 저희 앙코르는 시계를 통해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앙코르 시계 복원 작업장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저희도 시계 산업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몫을 해 내겠습니다. 

추가 움직이는 힘으로 가동되는 추력식 시계도 있답니다. 오래된 괘종시계에서 볼 수 있지요.

스포츠 경기장이나 수술실 등 특수한 목적으로 시간과 업무 진행 관련 상황을 함께 나타내는 특수 목적 시계들도 있습니다.